22대 국회 첫 번째 국정감사 후기 (+ 아이디어)

국회의 구성원으로 일한지 두 달 정도 되어간다.

 

공공기관의 결정은 사회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복지 정책 하나가 청년들의 지출을 크게 줄이기도 하고, 치안 정책이 한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맹신하여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거나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일들도 무작정 공공기관이 개입하거나, 공공기관에 해결해달라고 떼 쓰는 일이 있다.

사회의 비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간극이 집단별로, 특히 세대별로 크다보니 정치에 메달리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그 스피커를 꺼버리기도 한다.

이는 정치의 부정적 인식을 넘어 무조건적인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조차도 국회 밖에서는 국회방송 유튜브 채널을 '가끔' 들어가보는 정도였다.

국회방송 다시보기 영상 목록

 

사실 짧게는 2시간대부터 길게는 9시간까지나 되는 회의 영상을 어떻게 다 볼 수 있는가?

'정치에 관심 많다'라고 하는 사람들부터, 'OOO 의원 잘 한다, 못 한다' 왈가왈부하는 사람들까지 상세하게 회의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전국에 1,000명은 될까 생각한다.

그들의 대부분도 짤막한 10분 내외의 영상, 또는 정치 유튜브의 자극적인 설명에 기대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1. 과학, 20대 = 정치 예상 관심도는?

나는 과학, 공학 전공을 하면서도 20대에 속한다.

아마 정치 관심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나는 하위 20%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공계열 학생이기 때문인지 '해달라', '처벌하라!!!' 이렇게 막무가내 우기기식 정치권 운동에 반사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열정이고, 민주화에 가슴이 뛰고... 이러한 말에 크게 공감가진 않는다.

 

오히려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과학적 방법이 동반되어야 고개를 끄덕인다. "저게 제대로 된 정치지."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결국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데, 개인으로서의 책임감은 크지 않아서 다들 하지 않게 된다. 특히 정치를 빼도 우리네 삶들은 바쁘기 때문에, 문제가 정말 코앞으로 닥친 사람들만 관심을 가진다.
 

쉬운 길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

주위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솔직히 이것도 쉽지 않다), 유튜브 영상 댓글 다는 것 정도이다.

직접 국회의원실에 메일 보내는 것이나 전화하는 것? 뉴스로 보도될 정도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고 실제로도 다른 안건들에 밀리기 쉽다.

2. 정보 접근성이 높은데, 낮다.

국회 밖에서 2023년부터 생겨난 문제 의식이고, 국회 안에서도 여전히 동일한 생각이다.

 

국회에 취업한 후 새롭게 알게 된 문제는 국회 밖과 안에서 인식하는 정치의 격차가 말도 안 되게 크다는 것이다.

그 격차의 시발점은 언론의 편향이다. 언론의 편향성이 단순히 특정 사건을 해석하는 이념의 차이보다도 어떤 문제에 집중하냐에 핵심이 있다. 

 

생각보다 국회에서 과학계, 예술계, 노동계를 비롯한 집단들의 문제를 긁어주는 발언이 등장한다. 하지만, 언론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에 누구나의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이야기만 전면에 내세운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붙잡고 국정감사에서 어떤 것이 인상깊었냐고 물어본다면 첫 번째는 뉴진스의 하니 출석이 나올 것 같고, 그 뒤에는 방송통신위원회 탄핵 문제.? 아마 더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국정감사 기간에 한 가지 놀랐던 사건이 있다. 국정감사 중, 모교가 직접 언급되었던 부분의 영상을 학교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짧은 콘텐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시대이다. 이를 백날 비판해도 이미 유튜브 쇼츠에 익숙해진 사람이 100장 넘는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고서야 어렵다.

3. 국회 출입기자분께서 던지신 아이디어... 괜찮은데?

얼마 전, 국회 출입기자 분과 저녁 약속을 가진 일이 있다. 그 기자 분은 기사 작성과 함께 유튜브 채널도 관리하셨다. 그러면서, 산업별 종사자가 관심 있을 국회 영상을 분류해 업로드하면 좋겠다고 말하셨다. 기자 분은 평소 문화계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전문성을 지적한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그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비해 알고리즘에 뜨지 않으면 문제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개개인 관심의 증진만으로 이러한 문제가 극복되기에는 현재 콘텐츠 제공 방식에 부실한 점이 많아서 회의 영상의 분류와 검색이 편리해져야 한다는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기술적으로, 속기사 분들이 작성하는 회의록을 주제 별로 자르고, 자른 부분과 영상 회의록 싱크를 맞추면 1차 정리가 될 것 같다.

으악... 그런데 회의록 API가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데이터 형태가 너무 불친절하다.

 

회의록 PDF

 

위와 같은 PDF 형태이고, 발언마다 영상과의 싱크가 맞춰져 있지 않아 한 번 더 처리가 필요하다.

 

국회 구성원은 법적으로 공공기관에 자료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 일반 시민으로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알아내기가 좋다. 이러한 조사 능력을 잘 쓰려면 우리가 정치를 접하는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