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베일에 싸인 뮤지컬
지방에서 쭉 지내다가 최근 상경하면서 문화 생활의 폭과 접근성이 무척 높아졌다. 문화 생활이라고는 유튜브밖에 없던 내가 직장 지인 분의 제안에 '리지'라는 뮤지컬을 관람하였다.
공연의 줄거리나 후기를 많이 보지 않고 갔을 때 가장 즐겁게 공연을 즐기는 편이라 포스터와 줄거리만 보고 공연을 보았다. 다행히 줄거리를 빠삭하게 익히고 가지 않더라도 배우 분들의 전달력이 좋고, 내용이 난해하지 않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중학교에서 '문화생활 지원 프로그램(?)'으로 부산에서 '맘마미아'를 봤던 것이 뮤지컬의 마지막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계속 노래만 부르다가 끝나고, 내용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영화 보는 게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서 '이번 공연은 재미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리지'는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참고로 추리물, 약간의 공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강추한다. 그럼 공연 후기로 가보자!
1. 늦어버렸다...
당일 저녁 먹을 시간이 촉박하여, 급하게 먹고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야 공연장에 도착했다 🙀
직원 분들이 친절하지만 굉장히 빠르게 어떤 공연 보러 왔는지 물어보시고, 위치를 안내해주셔서 볼 수 있겠구나하는 안심이 되었다. 프로 정신이 엿보여 감사했다 🫶
공연은 예정 시간에 정확히 시작했고, 늦은 경우는 3분, 이보다 늦으면 10분 뒤 입장으로 각각 안내 받는다. 직원 분께서 엄청 수그려서 자리까지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셨다..! (너무 섬세하셨다) 그리고 입구 옆에 실시간으로 중개 화면이 송출되어서 화면으로나마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당일 봤던 공연의 캐스팅은 아래와 같다! 배우 분들 정말 아름답고 배역이랑 잘 어울려서 좋았다 👍👍👍
포스터와 소개글은 검정 옷을 입은 무표정의 주인공들만을 담아 우중충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나, 1막 주인공들의 모습과 2막의 강렬한 음악, 색깔을 통해 비로소 '리지'의 본 모습이 완성된다. 이처럼 거의 작품을 드러내지 않는 홍보 방식에서 무대 공연 특유의 자신감을 보았고, 공연을 본 후에는 그 자신감이 이해되었다.
2. 오케스트라보다 좋았던 밴드 공연
한 편의 예술 차력쇼 같아 짜릿했다!
뮤지컬하면 노래만 생각하였는데, 실제 관람하면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밴드 연주도 너무 좋았다. 클래식 기타부터 첼로같은 현악기, 그리고 드럼과 키보드로 만드는 락까지 음악 분위기에 강약 조절이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3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노래도 빼놓을 수 없다. 출연진 모두 안정적으로 노래를 잘 불러서 극 속으로 빠져버리는듯한 몰입감이 배가 되었다. 모든 음악적 요소가 완벽하게 느껴져 마치 차력쇼처럼 든든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감탄하며 공연을 보았다.
3. 기대 이상으로 맘에 들었던 스토리!
작품으로서의 '리지'도 좋았다. 시대적으로 억압 받았던 여성이 화끈한(?) 사건을 일으키는 모습에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직장 생활에서, 연구자의 생활에서 답답한 상황,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받는 스트레스가 리지의 상황에 투영되어 공감가고 공연 내내 즐거웠다.
그리고 드문드문 조명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음악이 조성하는 음산하고 괴상한 분위기가 추리물이나 약간의 공포 분위기를 즐기는 나에게 딱이었다. 공연으로 폭 들어가서 모든 자극적인 요소를 받아들이는 기분이어서 도파민 부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뮤지컬 덕후(뮤덕)인 친구가 있는데, 노래방이나 평소 공부할 때, 뮤지컬 넘버, 즉 뮤지컬에서 등장하는 노래를 심심찮게 불렀다. 팝송이나 좋은 노래가 많은데 왜 뮤지컬 넘버에 빠져있는 것인가 그 때는 잘 공감가지 않았지만 직접 뮤지컬을 관람해보니 백 번 이해되었다! 공부하거나 일 할 때, 노래를 듣지 않는 편인데 우울하던 어느 날 '리지'의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4. 뮤지컬 굿즈와 포토존
15분 정도의 인터미션 시간에 포토존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연출은 아날로그적 감성과 관객이 4D로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공연 전과 후에만 열리는 굿즈샵은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아서 놀랐다.
전반적으로 나도 만족하고 같이 관람했던 지인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만족한 공연이었다. 스토리와 음악이 모두 탄탄하고, 자극적인 내용에 남녀 구분없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추천한다 👍👍